• 2025. 7. 4.

    by. 03012

     

    출산 후 눈이 흐릿해지는 경험, 단순 피로일까요?

     

    친한 지인의 산후 경험을 들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예상치 못한 시야 흐림이었습니다. 출산 직후라 피곤해서겠거니 하고 넘겼지만, 시간이 지나도 눈앞이 뿌옇고, 사물이 겹쳐 보인다는 말에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산 후 시야 흐림 증상을 겪고 있는 산모

     

    아이를 낳은 뒤 몸의 여러 기능이 급격히 변하는 시기인 만큼, 그 어떤 증상도 가볍게 넘기면 안 된다는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산후 시야 흐림은 생각보다 많은 여성들이 겪는 증상입니다. 눈의 피로에서부터 안압 변화, 혈압 문제까지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데요. 특히 고혈압과 연관된 망막 문제는 초기에 알아채지 못하면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산후 시야 흐림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들

     

    출산 후 시야가 흐려지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피로나 수면 부족은 물론, 일시적인 호르몬 변화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원인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됩니다. 문제는 그 외의 보다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증상들입니다.

     

    • 산후 고혈압
      임신 중 고혈압이 발생했던 산모는 출산 후에도 고혈압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수 있습니다. 고혈압은 망막의 모세혈관에 영향을 주어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 고혈압성 망막병증
      혈압이 높을 경우 눈의 혈관이 손상되며, 이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거나 시야의 일부분이 가려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미미해 그냥 넘기기 쉽지만, 시력이 손상된 뒤에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합니다.
    • 산후 부종과 시신경 압박
      출산 후 전신 부종이 심할 경우 눈 주변에도 부종이 생기면서 시신경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일시적인 시야 이상이나 복시(사물이 겹쳐 보이는 현상)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 호르몬 변화에 따른 안구 건조
      출산 후 여성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안구 건조 증상이 심해지면 시야가 흐릿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렌즈 착용자라면 증상이 더 뚜렷해질 수 있습니다.

     

     

    단순 증상이라 생각하고 방치하면 생기는 문제

     

    많은 산모들이 “피곤해서 그렇겠지”라며 시야 이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하지만 이러한 판단이 되려 건강을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성 망막병증은 증상이 악화될 때까지 자각하기 어려워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 질환은 눈 속 혈관의 손상뿐만 아니라, 전신의 고혈압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어 단순한 안과 질환이 아닌 전신 건강의 위험 신호로 봐야 합니다. 시야가 흐릿하고 눈앞에 검은 점이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즉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또한 임신 중 고혈압을 앓았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출산 후에도 혈압 관리를 꾸준히 해야 합니다. 병원에서의 정기적인 혈압 체크와 함께, 이상 증상이 있다면 안과나 내과 협진을 통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진료와 검사를 받아야 할까?

     

    산후 시야 흐림이 지속될 경우, 다음과 같은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 안과 정밀검사
      망막 상태를 확인하는 안저 검사, 시신경 상태를 확인하는 시야 검사, 안압 측정을 통해 망막 및 시신경 손상 여부를 확인합니다.
    • 혈압 측정과 혈액 검사
      고혈압 유무를 확인하고, 혈관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당뇨나 고지혈증 등의 지표도 함께 체크합니다.
    • 신경과 검진
      시신경 이상이나 중추 신경계 문제의 가능성이 있다면 신경과 협진이 필요합니다.

     

    특히 고혈압이 있던 산모라면, 단순한 안구 이상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전신 질환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폭넓게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시야 흐림이 계속될 때 일상에서 점검해볼 것

    • 하루 중 시야 흐림이 심해지는 시간대가 일정한가?
    • 한쪽 눈에만 흐림이 나타나는가?
    • 시야 흐림과 함께 두통이나 어지럼증도 동반되는가?
    • 휴식을 취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가?

    이러한 질문에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안과 방문을 미루지 마시기 바랍니다.

     

     

    아이를 낳은 뒤의 건강, 결코 가볍게 보면 안 됩니다.

     

    출산은 여성의 몸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체력 저하, 호르몬 변화, 수면 부족 등 다양한 이유로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무시하기 쉽지만, 그중에는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되는 질환이 숨어 있습니다.

     

    시야가 흐릿해지는 증상이 반복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것을 느낀다면 피로 때문이라고 넘기지 말고 전문 진료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아이의 건강만큼이나, 엄마의 건강도 그 어떤 이유로도 타협되어서는 안 됩니다. 육아에 집중하다 보면 자기 몸을 챙기기 어렵지만, 건강한 엄마가 있어야 아이도 더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지금의 작은 이상이 나중에 큰 후회로 돌아오지 않도록,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