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7. 4.

    by. 03012

     

    산후 갑상선염, 출산 후 피로와 감정 기복의 진짜 원인

     

    출산 후 몸과 마음이 뒤섞이는 시기를 겪으며, 지독한 피로와 눈물, 이유 없이 요동치는 감정 때문에 당황했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출산 후 산후 갑상선염을 앓고 있는 여자

     

     

    그때는 단순한 산후우울증이나 수면 부족 탓이라고 여겼지만, 알고 보니 원인은 전혀 다른 데에 있었습니다. 바로 ‘산후 갑상선염’이었습니다.

     

     

    산후 갑상선염이란?

     

    산후 갑상선염은 출산 후 1년 이내에 나타나는 갑상선 기능의 이상으로, 일시적으로 갑상선 기능이 항진되었다가 이후 저하되는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자가면역 반응으로 인해 생기며, 특히 갑상선 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이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발생 확률이 높습니다.

     

    문제는 이 증상이 겉보기에 매우 애매하다는 점입니다. 피로, 무기력, 불안, 체중 변화, 탈모 같은 증상은 단순한 산후 회복 과정으로 오해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이런 증상을 겪고도 병원을 찾지 않거나, 산후우울증으로만 치부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감정 기복과 피로의 배경에 숨어 있는 갑상선

     

    출산 후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예민해지며,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수면 부족이나 육아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일 수 있지만, 피로가 극심하거나 식욕 저하, 갑작스러운 체중 변화, 불규칙한 심박수까지 동반된다면 갑상선 기능을 의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갑상선은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능이 이상해지면 온몸의 균형이 흔들리게 됩니다. 항진기에는 불면, 체중 감소, 손 떨림, 불안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이후 저하기로 접어들면 극심한 피로감, 우울감, 체중 증가, 추위에 민감한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두 단계가 연달아 나타나는 것이 산후 갑상선염의 특징입니다.

     

     

    산후우울증과 헷갈리는 이유

     

    산후우울증은 감정적인 증상이 중심이지만, 산후 갑상선염은 신체적 증상과 감정 변화를 동시에 유발합니다.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무기력감이 정신적인 우울감과 겹치기 때문에 둘을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한 감정이 길게 지속되면서도 탈모가 심해지고 체중이 늘거나 줄고, 평소보다 땀이 많거나 맥박이 빨라지는 등의 신체 변화가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심리적 요인이 아닌 갑상선 기능 이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산모는 산후우울증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를 복용하다가, 나중에 갑상선 기능 검사를 통해 진짜 원인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진단의 시기를 놓칠 경우, 불필요한 약물치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산후 갑상선염은 비교적 간단한 혈액검사(TSH, T3, T4)로 진단이 가능합니다. 이상 수치가 확인되면, 상태에 따라 약물 치료나 주기적인 관찰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항진기에서 저하기로 넘어가는 전환 시점에서는 정기적인 수치 확인이 필요합니다.

     

    경증의 경우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되는 경우도 많지만,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약물 조절이 필요할 수 있으며, 저하기가 지속되면 갑상선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임의로 피로를 무시하거나 감정 기복을 감정 탓으로만 넘기지 않는 것입니다. 산후 건강의 변화는 매우 복합적이며, 적절한 진단과 접근이 필요합니다.

     

     

    출산 후 ‘정상이 아닌 것 같을 때’ 점검할 항목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자신에게 집중해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증상이 지속된다면 병원 진료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1. 이유 없이 체중이 급격히 변하거나, 식욕 변화가 극심한 경우
    2. 심장이 자주 두근거리거나 불규칙한 맥박을 느끼는 경우
    3. 극심한 피로와 무기력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4. 감정 기복이 너무 심하고 통제하기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
    5. 탈모, 추위에 민감함, 불면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경우

     

    이런 증상들은 육아 스트레스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갑상선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놓치기 쉬운 신호일수록 더 주의해야 합니다.

     

    출산 후 몸이 보내는 신호는 아주 미세하고 조용할 수 있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산후엔 다 그런 거 아니야?”라며 넘기고는 합니다. 그러나 회복 기간이 지나도 여전히 증상이 이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산후 피로가 아닐 수 있습니다.

     

    건강한 육아를 위해선 아이를 돌보는 것만큼, 나의 몸 상태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특히 산후 갑상선염처럼 흔치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질환은 한발 먼저 의심하고 관리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피로와 감정 기복이 일상이 되었다면, 그 이면에 숨은 갑상선의 이상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